다시 합쳐서 보기, 링크

링크, A.L. 바라바시, 강병남 외 역, 동아시아, 2002

우리는 과학의 발달로 세분화는 성공했지만 다시 합치는 것은 어려워하는 듯 하다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인 듯 하다. 인간과 씨 엘레강스라는 단순한 벌레의 유전자 수는 1만개, 전체의 1/3 밖에 차이나지 않음에도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데, 이 복잡성의 차이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상의 다양한 나무들을 네트워크라는 숲으로 이해하면 생각보다 단순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해보았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평균적으로 6단계만 거치면 모두 알게 된다

밀그램의 실험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1967년의 부족한 기술로 어떻게 저 가설을 실험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아주 재밌다. 그냥 여러사람에게 편지를 보내서 목표 인물을 알 것 같은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그래도 며칠만에 단지 두 단계만 거쳐서 첫 번째로 목표인물에게 편지가 도착했다고 한다.

이렇게 세상이 생각보다 좁아보이는 일이 생기는 이유는 '허브Hub', '커넥터Connector' 라고 부르는, 지인이 극히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들 주위에 마당발 한 명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의 존재가 사람들 간의 거리를 좁혀주는 것이다.

그런데 허브의 존재와 평균적이라는 말에 주목해 보자. 허브들이 많은 링크를 가지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평균을 맞추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히 적인 링크들만 가지게 된다.

실제로 80/20 법칙이라는 널리 알려진 개념에서 볼 수 있듯이

  • 전 세계에 많은 공항 중 단 8%의 허브 공항이 80% 이상의 수송을 처리하고,1)
  • 웹상의 링크 중 80%는 웹페이지 15%로 향하고,
  • 상위 X%의 기업/사람이 전체 수익/소득의 8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얼핏 불공평해 보이는 이러한 현상들을 이 책에서는 네트워크의 속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간의 관계, 인터넷 웹페이지, 기술의 전파, 마케팅, 입소문, 경제 위기, 전염병의 전파, 생체 단백질들의 상호작용, DNA의 발현 등 모두 비슷한 '척도 없는Scale-free 네트워크'의 속성을 지닌다. 승자 독식이 생기는 것이다. 2) 3)

이런 허브, 승자 독식이 생기는 것은 성장하는 네트워크의 속성 때문이다. 네트워크 상의 각 개체(인간, 기업, 웹페이지 등)를 노드Node, 그 사이의 관계를 링크Link 라고 하면, 각 노드가 가지는 링크의 개수는 아래 두 가지 이유로 멱함수 분포를 갖게 된다.

  1. 새롭게 진입하는 노드가 링크를 연결할 때 당연히 오래된 노드일수록 연결될 확률이 높고,
  2. 기존에 인기가 높은 노드에 링크를 걸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멱함수 분포란,

한 수(數)가 다른 수의 거듭제곱으로 표현되는 두 수의 함수적 관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특정 인구수를 가지는 도시들의 숫자는 인구수의 거듭제곱에 반비례하여 나타난다. 위키백과

즉 아래 그림에서 왼쪽과 같이 같이 우리가 많이 접해본 평등한 정규분포(가우시안 분포)에 비해, 불공평한 분포를 의미한다.
https://steemit.com/kr/@hunhani/chapter-4 Fig. ##: https://steemit.com/kr/@hunhani/chapter-4

평소에 우리는 자연은 정규분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고, 그렇게 사고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키나 몸무게 같은 정규분포를 따르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에서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시장 규모가 이 정도니까 우리가 1퍼센트만 점유해도 매출이 짭짤하겠는데?' 하면서 생각없이 뛰어들면 사업에 실패할 수도 있다. 1000개 기업이 시장에 존재하면, 1%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선 1000개 기업 중 무려 13등 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4)

멱함수 분포를 따르는 불공평한 네트워크 사회에서 모두들 허브가 되고 싶어 한다. 웹사이트들은 많은 링크를 획득하고 싶어하고,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많은 소득을 얻고 싶어하고, 친구들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허브가 생기는 과정을 보면, 허브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오래되어야 한다. 다시말하면, 해당 분야에서 선점을 하는 효과가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진입장벽을 만들고, 초기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는 선점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선점효과 보기 위해 단기간에 규모의 경제효과(링크의 증가)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오래되었다고 '본질'이 부족하면 안될 것이다. 네트워크의 속성 중 적합도라는 개념이 있다. 단순 링크의 수가 아닌, 노드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한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야후나 알타비스타 등이 선점한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었던 이유이다. 새로 진입한 노드들이 링크를 연결할 확률을 링크 수 x 적합도 로 보면 이와 같은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 후발 주자라도 시장 현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면밀히 파악한다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5)

네트워크 상에서 정보의 전달에는 허브가 중요하다.전염병의 전파도 슈퍼전파자라는 허브가, 신기술의 도입이나 마케팅 캠페인의 전파도 열성 전파자나 인플루언서라는 허브의 역할이 중요하다.

허브는 또한 네트워크를 견고하게 만든다. 무작위로 링크를 제거하는 공격을 해도, 좀 처럼 붕괴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을 떠올려 보자. 지금도 하루에 몇번씩 세계 전역에서 회선에 문제가 생겨 링크가 끊긴다. 그래도 우회로를 통해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느끼지도 못한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사라지지만, 전체적인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반대로 이런 허브의 존재가 역설적으로 네트워크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얼마전 아현동 KT 화재사건 처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생긴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허브에 문제가 생기면 쉽게 무너져 버리고 만다.

긍정적 효과든 부정적 효과든 허브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마케팅이든, 전염병의 역학조사든,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정책 결정이든, 네트워크적 사고로 허브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할 것이다.

다시 처음의 인용으로 돌아가 보면,

우리는 과학의 발달로 세분화는 성공했지만 다시 합치는 것은 어려워하는 듯 하다

개인, 기업의 성장이든, 거시적 사회이든 개별적 분석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에서 상호연관성을 살펴보는 것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겠다.

Aristotle - The whole is greater than the sum of its parts”6)

링크, A.L. 바라바시, 강병남 외 역, 동아시아, 2002
세상 물정의 물리학, 김범준, 동아시아, 2015

2)
Scale-free란 네트워크의 노드의 수(Scale)와 네트워크의 성질이 독립적이라는 것. 즉, 네트워크가 성장해가도 구조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https://www.futurelearn.com/courses/complexity-and-uncertainty/0/steps/1855
3)
엄밀히 수학적으로는 아니라고 하는 반론도 존재하긴 하다https://en.wikipedia.org/wiki/Scale-free_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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