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 좋기만 한가?

유행에 발맞춰 원격근무를 해본 소감을 남겨봐야겠다. 대한민국의 일반 기업에 다니는 입장에서, 원격근무는 분명히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단점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조직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보통 재택근무라고 하지만, 집에서 일한다는 의미의 재택근무는 '집에서 쉰다'는 의미가 강한 느낌이 있다.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한다는 의미의 원격근무가 더 취지에 맞는 단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격근무'라고 표현하도록 하겠다.

Fig. 1: Unsplash

장점

1. 집중이 잘된다

일정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보고가 없어졌다. 특히 쓸데 없는 회의가 없어진 게 제일 크다.
집중을 방해할 요소(갑작스런 가외업무, 요청, 잡담, 회의 등) 이 없어서 집중이 잘된다.

2.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

보통 밀린 일을 하기에 급급했다면, 빨리 업무를 끝내고 남는 시간에 좀 더 깊게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그만큼 평소 사무실에서 방해받는 시간이 많다는 의미겠지.

3. 짧은 출퇴근시간도 출퇴근 시간이다

왕복 한시간 거리밖에 안되지만, 그 시간과 노력도 생각보다 큰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이었다. 출퇴근의 스트레스가 많이 사라졌고, 출근 후 적응 시간 등이 줄어서 효율이 좋아진 것 같다.

단점

1. 일 : 더 많이 일한다. 끝나고 넉다운

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장점으로 보일수도 있으나, 업무시간이 끝나면 넉다운되고 퇴근 후의 시간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WHO에서 발표한 한 연구에서는 원격근무자가 상사에 대한 눈치로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1)

신체적으로도 상대적으로 좁은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일하다보니, 움직임도 적고 불편한 자세로 일하게 된다.
가끔 화장실도 가고, 바깥 공기도 마시며 움직이는 시간이 없다보니 눈, 목, 손목, 허리 의 피로도가 상승하게 되었다.

2. 흘러가는 대화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많았다

사람들과의 스몰토크에서 얻어지는 아이디어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막히는 일이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거나, 툭 던지는 조언을 통해 쉽게 풀리는 경험을 원격근무를 통해서는 느끼기 어려웠다.

3. 사람들이 미안해 한다.

모두들 논다고 생각하는 것이 단점이다. 출근한 사람은 원격근무자에게 연락하는 것을 휴가 중 사람처럼 느끼는 등 적응이 덜되어 보이는 것도 문제고, 작은 요청이나 질문에도 소심해진다.

조직에서 필요한점

IT 기술도 어느정도 무르익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각 기업에서도 원격근무와 원격근무를 위한 기반 조성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 같다. 현재와 같은 초유의 사태가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이유로, 리스크 관리의 측면에서라도 원격근무를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아웃풋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매일 할일을 보고하고, 업무일지를 쓰도록 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매일의 업무일지 쓰는건 업무를 위한 업무, 한 줄 쓰기 위한 쓸데 없는 업무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는다.

매출이나 가입자 목표가 확실하지 않은 부서인 경우, 시간을 써서 일을 한다는 개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시간을 써서 일을 한다는 개념인 업무일지보다는, 아웃풋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원격근무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어차피 업무일지로는 프리라이더를 막지 못할 것이다.

2. 사내 메신저의 활성화, 원격근무의 정례화

간단한 요청이나 문의사항은 전화나 메일이 아닌, 메신저를 통해서 간단히 물어볼 수 있는 메신저 이용이 활성화 되어야겠다
또한 원격근무 자체가 노는 날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선, 일,이주에 한번이라도 원격근무를 강제 실시해서 각자에게 원격근무가 익숙해지는 것과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커피 브레이크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애플 사옥은 전혀 다른 부서의 사람들도 지나치면서 만날 수 있게 소통과 협업을 목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애플 뿐 아니라, 구글, 엔비디아 등도 건물 설계에 소통을 큰 목적 중의 하나로 반영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 간의 소통을 통해 더 큰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원격근무를 하게 되면 이쪽 측면에서는 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원격근무를 하지만 사람들 간의 소통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러 기업들에서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데, 한번 쯤 고려해 볼 만하겠다.

  • 주 4일은 원격근무를 하되, 일주일에 한번은 출근하여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
  • 하루 한번 화상회의
  • 랜덤 커피타임
  • 일주일에 한번은 출근.

개인적으로 준비할 점

시간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내가 먼저 없애도록, small ouput을 매일 낼 수 있는 업무 스케줄링이 필요하다.

업무 시간의 루틴 수립.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하지 않도록,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휴식과 업무의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다. 더해서 생활의 공간인 집에서 좀 더 업무 공간 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환경 조성도 필요하겠다.

'집에서도 똑똑하게 있하는 재택근무의 기술' 2) 란 글에서 공감이 갔던 재택근무 팁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1. 일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한다.
  2. 집에서라도 출근하는 기분을 내야 한다.
  3. 휴식시간을 정해놓는다.
  4. 책상에서 점심을 먹지 않는다.
  5. 집에서라도 퇴근해야 한다.
  6. 소통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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